마기카로기아 황혼선서 수록 시나리오 『오늘은 다시 오지 않거늘』
GM은 큘리님, 플레이어는 저, 최경우 님, 커비루 님, 에코 님. 2월 2일과 2월 3일에 다녀왔습니다. 알고보니 2월 3일이 입춘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우연의 일치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겉보기에 다소 뜬금없는 캐릭터 픽x4(실제로 다들 별다른 의도가 없었기도 함)가 모였는데 결과적으로 시나리오와 잘 어울리게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제삼자 위치에서 바보같은 말 하려고 갔는데도…(?)
해당 글은 제 캐릭터 설정 백업 겸 자잘한 내용 메모에 불과하지만,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내용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안드로이드라는 설정의 외전을 만들고 싶어……!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던 PC. 「종극의 모형정원」, 아르크투루스라고 합니다. 길어서 보통 약칭인 루스라고 불립니다. 저도 이 아래로는 루스라고 쓰겠습니다.
이전에 정리해둔 설정이 있어서 이쪽에도 가져다 둡니다(시트에는 좀 축약해서 넣어뒀었음).
문명을 멸절시키는 종말 시나리오를 무차별적으로 실행하고 데이터를 누적하는 금서 〈영에 수렴하는 시나리오〉.
심할 때에는 이경 하나를 정말로 멸망시킬 정도로 대규모의 마법 재액을 일으켰다고 기록되어 있다.
「종극의 모형정원」은 그 금서를 회수하여 외전으로 편찬해 만들어진 마법사이다.
금서였던 시절부터의 특성인 것인지 복잡한 인과를 시뮬레이션하고 실행하는 기능이 탁월하여, 현재에는 아방궁에서 규모가 큰 연구를 보조하고 있다.
문명에 대한 공격성은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그는 성능 높은 연산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평소에 물리계에 존재하는 신체는 겉보기에 인간과 다르지 않지만 그 속은 모두 기계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작동하는 매커니즘에 마법이 관여하는 탓인지 인계의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것은 사람들의 앞에서는 드러내지 않는다.
인격 또한 AI에 가깝게 형성되어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마법사들이나 인계의 사람들과 지낸 덕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소속은 아방궁이며 여러 연구에 협력하고 있지만, 메인터넌스 담당자인 클레멘타인의 조수로서 행동하는 일이 많다. 계획 없이 행동하는 그를 위해 제안을 한다든지, 감당할 수 없이 밀려버린 일들을 처리해 준다든지….
주어진 일은 마다하지 않고 하며 무뚝뚝한 태도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잔소리는 빼놓지 않고 하는 편.
시트에도 적어두었던 농담인데, 꼭 군사용 수퍼컴퓨터를 연구실에 가져다 놓고 공학용 계산기로 쓰는 것 같아요(ㅋㅋ). 어쨌거나 금서였으니 메타적으로 에너미 측이었던 캐릭터라는 설정이 되네요. 이런 건 외전이라는 PC들이 대부분 그러니 그다지 특이한 설정도 아닙니다만, 이번 세션에서는 그것이 꽤 큰 스노우볼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거늘』에는 NPC로 우즈키 타이요라는 서경이 초반부터 등장하죠. 같이 등장한 나기리와 함께, 시나리오 앵커로 둘 중 누구를 할 지 고민하다가 초이스를 굴렸더니 타이요로 결정되었답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에는 이전부터 자주 같이 임무도 다녔던 동료 정도로 설정하고 세션에 들어갔네요.
그런데…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아시다시피, 타이요는 이미 과거에 소멸했고 지금의 타이요는 그가 남긴 금서라는 비밀이 있잖습니까? 그게 밝혀지고 나니 소멸하기 전부터 알던 사이였어도 좋을 것 같아서 제안을 했습니다(이때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음, 그냥 편의 상의 타임라인 정리…). 그랬더니 GM님께서 루스가 금서였던 시절에 봉인하러 왔던 마법사 중 하나라는 설정은 어떨까요? 하고 제안해 주셔서ㅋㅋㅋㅋㅋ 그렇게 커지기 시작했다 이 스노우볼…. 그렇게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놀다가, 이번에 같이 세션하는 분괴회 마법사들(네이트, 메이, 이즈나)도 그 때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하자는 설정이 되어서 급기야 단장 전투에서 다같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큘리 님의 에너미 롤플 정말 너무해요(+). 타이요 씨도 너무함 유죄쾌남……!!!
마기카로기아는 등장하는 NPC에 대한 사전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은 편이라(더블크로스 처럼 핸드아웃과 함께 시나리오 로이스 등을 제시하지 않고 개요만 알려주기 때문에…) NPC와의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한다고 해도 즉석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죠. 그래서 사실 저는 유독 이 룰에서 NPC와 상호작용을 어려워하는 편이었는데, 우연의 일치로 이렇게 되기도 하고 지엠 분께서도 반영을 잘 해주셔서 재밌게 하고 왔답니다…. 이런 관계 설정이 없었다면 캐릭터는 그랬군요. 하고 저벅저벅 가버리고 PL만 잉……하고 말았었겠죠? 물론 그렇게 다녀와도 재밌기는 하지만, 이왕 하는 거 PC까지 열심히 불태우면 재밌으니까….
원래 루스는 이런 감성 시나리오에서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캐릭터였거든요(GM 께서도 조금 걱정하셨다고 함). 하지만……판을 깔아주면 아무리 개최악금서출신매지컬AI깡통이라고 해도 뭐라도 하게 되어있는 법입니다. 저는 마치 더블크로스 PC2 자리에 앉은 기분이었어요…(joke).
그치만 따지고 보면 나를 FH에서 주워오신 지부장님께서 졈화해서 칠드런인 내가 죽여야 됨 같은 상황 아님?
ㄴ그런 것 좀 그만 보세요
루스는 기본적으로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기에 담담한 태도였지만, 비극의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기도 하고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그는 정서적인 면을 지식─데이터─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그것을 자신의 안에서 구현하는 것은 마법이다, 그런 설정이 있답니다. 말하자면 스스로의 행동 강령에 슬픔을 느낄 때의 패턴이 입력되는 부류라고 할까요. 그는 그런 방식으로 감정이라는 카테고리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값만을 채워넣지는 않고 경험을 통해서만요. 여담인데, 클라이맥스 전투에서 GM 께서 날조(?) 연출해 주신 부분의 밤벚꽃의 절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루스…아마 타이요와 함께 몇 번 그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그 또한 머리속에 넣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벚꽃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그때 해주신 연출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ㅋ).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이 세션이 그에게 꽤 큰 부분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상실에 의한 절망을 느끼거나 우울해지는 부류는 아니지만, 그 빈자리를 신경쓰거나, 타이요가 남긴 말을 신경쓰거나, 그런 방식으로요. 비슷한 일을 또 겪거나 목격하게 되면 다시 이 일을 회상하게 된다든지…. 그래서 마지막에 앵커 상흔되기or소거하기or공원으로 변경하기 중에서 맨 마지막을 골랐습니다. 남은 약속 하나만큼은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죠. 봄마다 우리 애들이랑 놀러 올게. 몇 년 지나면 이곳이 왜 소중한지도 잊겠지만…….
타이요에게 빙의한 단장과의 전투에서 마왕 소환을 박탈했는데, 그렇게 된 김에 빌드에 마왕 소환을 넣으려고요. 시스템 상 이것을 수집할 필요는 없으니 부록으로 취득한 장서 중 하나를 마왕으로 변경하기…. 특기는 그대로 태양으로 두고, 쓸 때마다 혼의 특기로 판정하려고요(ㅋㅋ). 이제 다른 탁에서 왜 특기가 태양인가요? 하면 …그런게 있습니다 해야됨(joke). 클라이맥스에 가기 전에 이쯤되면 추상 소환이다…같은 농담을 했는데 끝나고 보니 정말로 추상 소환을 가질 수도 있는 선택지를 주셔서 웃겼네요…(하지만 선택하지 않았다).
세션의 게임적인 부분까지도 너무 절묘하게 웃겼던 게 많았습니다. 주사위가 이렇게까지 서사를 도와준다고…. 처음에 타이요 조사하다가 펌블 띄워서 생긴 상태이상을 클라이맥스에서 혜성 저항하다가 스페셜 띄워서 회복한 것도 웃겼어요. 복선이었구나(아님.). 우리 분과회와 타이요를 포함한 다섯…과거에는 루스가 적 위치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타이요의 자리에 있는 채로 마무리까지 하게 된 게 좋았다네요. 그냥 게임적인 효율 상 제가 간 건데도 그렇게 되다니 전투까지도 드라마틱하다….
세션의 분위기도 좋았고, 롤플 합도 잘 맞고, 꽤 즐겁게 다녀온 세션이었습니다. 뭐랄까, 수용적인 티알피저 다섯이 모였구나 싶은 느낌…(뭐죠?). 네이트와 메이와 이즈나도 시나리오와 잘 어울리는 부분이 많아서 제법 절묘한 파티였어요. 개인적으로 나기리와 이즈나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메이와 네이트의 공격계약바보모먼트도 좋았다….
세션 끝날 때 틀어주신 곡과 함께 후기도 종료합니다. 와~